바람의 건축가는 이타미 준으로 알고 있을 것이다. 그 이타미 준의 한국이름이 유동룡이다.
자연을 사랑한 재일교포 건축가 유동룡에 대해서 알아보자.
1. 유동룡의 탄생
1937년 일제강점기에 일본 도쿄에서 태어난 유동룡은 한국인의 정체성에 긍지를 가지고 살아온 부모님의 영향을 받아 평생 동안 일본에서 살아왔음에도 불구하고 죽을 때까지 본명 '유동룡'으로써 한국인의 국적을 유지하고 살았다. '이타미 준'이라는 이름은 일본에서 유 씨 성이 일본어로 번역이 불가능하여 따로 만든 예명이었다. 이 때문에 계속해서 외국인 등록을 위해 양손의 모든 손가락의 지문을 날인하는 수고를 겪었다. 그는 현재 도쿄도시대학으로 알려진 무사시 공업대학 거눅학과를 다니던 중에 홀로 한국여행을 하며 한국에 있는 오래된 건축물과 조선시대에 그려진 민화, 도예품 등의 아름다움에 푹 빠져들었고 이런 것들을 하나 둘 모으기 시작했으며 후에는 이 작품들을 연구한 결과로 각종 저서를 발간하기도 하였다. 그는 프랑스 국립 기메 박물관에서 건축가 최초로 '이타미 준, 일본의 한국 건축가' 라는 제목으로 개인전을 열었다. 박물관측은 그에게 '현대미술과 건축을 아우르는 작가, 국경을 넘어서는 국제적인 건축세계를 가진 건축가'라고 극찬을 보냈다. 일본에서 사는 한국인이라는 경계에서 살아온 유동룡은 오히려 일본과 한국이라는 동양적인 정체성에 갇혀있지 않고 세계로 시선을 돌렸던 것이다. 이 전시로 인해 그는 일본 건축학회에서 정회원으로 인정받게 되고 프랑스 예술훈장, 한국의 김수근 건축상, 등 각종 협회에서 상을 받게 된다.
2. 유동룡이 사랑한 것
유동룡은 건축물이 지어질 장소의 고유한 지역성을 살려 사람들의 인생에 어우러지는 건축을 추구했다. 그는 항상 자연 앞에서 겸손했는데, "한낱 인간으로 태어나 위대한 자연에 잠시 어울리는 물건을 놓는다." 라는 자세로 건축설계에 임하였다. 자신의 건축물이 튀어 보이게 하여 돋보이기보다는 주변과의 조화, 자연환경과의 조화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였다. 또한 한국의 전통 공간은 조형의 순수함과 온기를 간직한 강한 생명력을 가진 곳이라고 여겼는데, 언젠가 그런 본질적인 아름다움은 사라지고 매끄럽고 차가운 현대건축물이 밀집된 도시로 바뀌었다며 아쉬워했다. 그래서 그는 항상 자연 본질적인 것에 대해 갈망하고 사랑했으며 그것들은 바람, 흙, 돌, 물 과같은 것들이었다.
3. 대중에게 알려진 유동룡
그가 프랑스를 시작으로 여러 나라를 비롯한 선진국에서 권위이는 상을 연거푸 수상하면서 한국에 대중적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이 일을 계기로 지역성을 존중하는 그의 작업방식과 동시에 나라의 이데올로기와 색에 집착하지 않으려는 그의 세계관은 유럽에서 먼저 성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20년정도가 지난 현재에 한국에 지어진 그의 공간은 여전히 지엽적인 편이고, 과거에도 그에 대한 평가는 영토주의적인 시각에서 극복하지 못했다는 말들이었다. 또한 근래에 제작된 그의 다큐멘터리 영화에서조차 그의 제주도에서 지어진 작품들을 촬영한 영상들을 주로 하여 두서없이 편집하여 대중에게 그를 제주도의 건축가로 낙인 시키기도 하였다는 아쉬운 점들이 있었다. 전반적으로 여전히 그가 사랑한 한국에서 그에대한 깊은 연구와 이해가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다. 그를 단순하게 한국에 대한 그리움으로 한정 짓기에는 그는 사상적인 측면에서 입체적인 모습들이 많았으며, 작업할 때에 접근방식 또한 유연한 구석이 많아서 그의 스펙트럼이 생각보다 넓은 편이다. 물론, 그의 작업들이 명료한 개념으로 정리되기에는 까다로운 요소들이 많은 건축가이기에 그에 대한 해석이나 평가들이 아주 표면적으로만 이루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의 개념적인 일관성은 인정되나 물리적인, 외관적인 모습의 일관성은 의문이었기 때문이다. 그가 작업 중간중간 지속적인 아카이빙과 출판작업을 하면서 작품 하나하나를 세심하게 다루었다면 어땠을지 아쉬움이 남는다.
4. 그의 작업들
그가 국내에 설계한 작품은 충남 아산에 있는 '온양미술관', 제주도의 '포도호텔', '수풍석 미술관', '방주교회' 등이 있다. 동양 뿐만아니라 그는 뉴욕에서도 설계를 하였고 각종 강연들도 진행했지만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그는 화가로도 활동하며 이우환, 곽인식 등 모노하 화가들과 친하게 지내면서 작품을 남기기도 했다. 포도호텔은 현재까지도 인기가 많은 제주도의 호텔이다. 제주도에만 존재하는 오름과 초가집에서 착안하여 설계했다는 이 건축물은 객실마다 포도알처럼 주렁주렁 연결되어있는 독특한 평면을 같은 것이 또 다른 특징이다. 중간중간에 천창과 테라스가 있어 제주도의 천혜의 자연을 공간 내부로 끌어들이려는 시도가 보인다. 또한 예약이 매우 힘들고 한정적인 인원수만 입장할 수 있는 수풍석 박물관 또한 인기있다. 비오토피아라고도 불리는 이곳은 바이오 세더시스와 유토피아의 합성어인데, '특별한 환경 속에서 심신의 휴식을 제공하는 휴양형 생태 주택단지를 의미한다. 그 단지 내의 수풍석 박물관은 제주도에서 가장 보기 좋은 자연환경인 물과 바람과 돌을 테마로 삼고 있다. 파빌리온 같은 세 개의 공간은 각자 개별적으로 위치하며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영적인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이다. 그중 가장 인상적인 공간은 물 박물관이라고 생각되는데, 둥그런 돔 형태의 공간에 동그랗게 뚫린 천장으로 하늘의 모습이 연못에 비치는데 마치 하늘이 연못에 담겨있는 듯 보인다. 그는 이런 방식으로 공간을 경험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건축물이 자연에서 홀로 빛나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자연의 아름다움을 담아내려는 노력을 하는 건축가였다.
p.s 최근에 그의 이름을 딴 유동룡 미술관이 제주도에 개관하였다. 현재 유동룡의 전시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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