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건축계를 비롯하여 건축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관심이 몰린 공간이 있었다.
경상북도 군위군에 있는 '사유원'이 바로 그곳이다.
많은 관심을 받는 공간이지만 수도권에서 너무 멀기도 할뿐더러 입장료도 비싸고 예약도 하고 가야 하는 곳을 사람들은
왜 그렇게 많이 찾아갈까?

1. 사유원 소개
대한민국 경상북도 군위군 부계면에 위치한 '사유원'. 법적으로는 '수목원'으로 등록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수목원의 용도라고 하기에는 어려워 보인다. 다양한 꽃과 나무, 식물들이 빽빽이 있지만 결코 식물들을 보러 가는 곳은 아니다. 놀이공원도 아니고 공연을 하지도 않고, 전시도 하지 않는, 오로지 휴식과 명상의 공간으로 만들어진 곳이다. 이곳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사유'. 즉 '대상을 두루 생각하는 일'이다. 보통 공간의 이름은 공간에서 무엇을 보아야 하는지, 경험해야 하는지 은연중에 알 수 있도록 하는 경우가 대다수인데 이곳은 공간에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의 상태를 나타내는 단어를 이용하였다. 공간의 주인보다 이용자의 입장을 생각한 공간이라는 의미인 셈이다. 즉, 종합해 보면 자연환경에 둘러싸여 자연과 어우러진 공간 속에 이용자가 휴식을 취하며 명상을 할 수 있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사람들의 많은 관심을 한번에 받는 것이라면 모름지기 항상 비난의 여론도 상당히 존재한다. 사유원은 상당히 고액의 입장료로 인해 기대를 불러 모은 만큼 논란의 중심이 되기도 하였다.
2. 너무 비싼 입장료
사유원의 입장료는 50,000원이다. 주말에는 입장료가 69,000원이다. 사유원 관람과 레스토랑에서 즐기는 스테이크 저녁식사를 묶은 상품인 '디너패키지'를 이용하는 고객은 입장료 포함 평일에는 20만 원, 주말에는 21만 9천 원으로, 4인가족이 간다면 사유원에서만 100만 원 가까이 사용해야 한다. 이러한 고액의 입장료를 두고 많은 논란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33년이라는 오랜 시간 동안 공들인 공간이기에 이용자들은 감탄을 금치 못하고 많은 여운을 남기고 돌아간다. 또한 일일 입장객을 200명으로 제한하여 이용자들에게 제한적으로 선택된 경험을 받는 느낌을 제공한다. 과연 이렇게까지 비용을 기꺼이 지불하고 경험해야할 곳인지에 대한 논란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흔쾌히 지불하고 만족감을 누리는 관람객도 있고, 후회하며 아까워하는 관람객도 있을 것이다. 혹은 이런 고액의 입장료가 비쌀수록 잘 팔린다는 소비이론인 '베블런 효과'의 전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베블런 효과'는 미국 경제학자의 책에서 언급된 단어이다. 돈과 시간이 넉넉한 계급일수록 자신의 시간과 돈의 지불능력을 과시하는 행동을 보이는데 이를 '과시여가', '과시소비'로 부른다.
3. 운영 전략
사유원의 입장료가 비싸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터무니없게 비싸다거나 너무 탐욕스럽다고 비판할 수 없을 것이다. 사유원에는 생각보다 많은 노고와 정성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2006년에 경상북도 군위군에 약 20만평가량의 부지를 매입하고 1980년대부터 사서 모은 수백 년 된 노거수 수백 그루를 심어 두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건축가들에게 의뢰를 하여 자연환경과 어울리는 여러 건축물을 설계하고, 조경설계를 위해 한국과 일본의 장인이라 불리는 사람들에게 의뢰하여 풀과 돌과 나무를 배치하였다. 그렇게 한 땀 한 땀 정성스럽게 쌓아 15년 동안 만든 공간이다. 일반적으로는 상상할 수 없는 만큼의 정성을 쏟은 공간이다. 하지만 이런 공간을 하루 200명 인원제한으로 운영하고 있다. 입장료로 사유원의 유지조차 힘들어 보인다. 사유원은 예약관람객만 받기 때문에 예약하지 않은 지나가는 여행객은 입장할 수 없다. 평일에는 200명을 넘기는 날이 많지 않지만, 주말에는 200명을 넘겨 발길을 돌리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자본주의적인 경영의 관점에서는 이해할 수 없다. 비싼 입장료로 터무니없이 적은 인원만 받기에 수익을 내기가 어려워 보인다. 사유원 측은 관람인원을 제한하는 이유를 '쾌적한 관람 여건 조성을 위해'라고 설명하지만 '아무나 아무 때나 갈 수 있는 곳'이 되지 않기 위해서 이런 방식으로 운영하는 것 같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공들여 만든 공간인 만큼 아무나 아무 때나 와서 대충 둘러보고 가는 곳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오히려 이런 취지는 공간의 주인을 생각한 운영방식이 아닌 관람객들이 좀 더 공간에 진득하게 머물러 세심하게 경험하고 돌아가기를 바라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운영 전략으로 인해 사유원을 경험하고자 방문하는 관람객들은 대부분 오전10시를 전후로 하여 입장을 마친다고 한다. 고액의 입장료를 지불한 만큼 이곳을 충분히 누리고자 하는 '본전'에 대한 생각이다. 그렇게 새벽부터 출발하여 아침 일찍 도착한 관람객들은 모두 들고 있던 지도를 꺼내 들고 해가 저물 때까지 사유원의 구석구석을 살펴보며 온전히 경험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단 한 명도 바쁘게 움직이지 않는다. 광활한 자연을 배경 삼아 사진을 찍거나 나무들이 뿜어내는 맑은 공기를 들이켜거나, 자연의 속에서 어우러지고 있는 건축물의 아름다운 선을 감상하고, 곳곳에 새겨진 글귀를 읽는다. 아무도 들떠있지 않았다. 아마도 운영자는 애초에 수익을 목적으로 이곳을 만든것은 아닐 것 같다. 수익만을 위한 사람은 절대 그 오랜 시간 동안 단지를 가꾸고 여러 전문가에게 의뢰를 통해 더 좋은 공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하는 등의 노력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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