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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지식 모음

나무를 떠올리면 생각나는 건축가, 켄고 쿠마

by 이다자 2023. 1. 30.

겹겹이 겹쳐진 나무 각재들이 이루는 복잡하지만 아름다운 형태를 보면 떠오르는 건축가가 있다. 건축과 관련 없는 비전공자들도 많이 알고 있는 '스타벅스 다자이푸'를 설계한 사람. 일본의 건축가 켄고 쿠마에 대해서 알아보자.

1. 켄고 쿠마의 발자국

가나가와현 요코하마시 오쿠라야마에서 1954년에 태어난 켄고 쿠마는 훗날 도쿄대학 건축학과에서 건축학 학사를 취득하고 1979년에 석사학위를 취득하였다. 그는 1964년 도쿄올림픽으로 건설된 단게 겐조의 국립 요요기 경기장에서 수영을 하다가 우연히 그 공간에 대한 감명을 받아 건축학과에 지원하게 되었다. 그러나 단게 겐조, 마키 후미히코 등 르 코르뷔지에의 영향을 받아 모더니즘의 경향을 보인 건축가들이 많던 도쿄대학교의 성향과 다르게 초창기부터 현장에서의 업무를 지향하며 건축사사무소가 아닌 건설회사의 자회사로 입사하였고, 버블경제로 인한 불황을 겪으며 일본의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으로부터 거리를 두게 되었다. 그는 1995년에 고치현 유스하라정의 옛 공민관을 보존하는 프로젝트를 하게 되면서 전환점을 갖게 된다. 1948년에 완공된 목조 건물을 이전 개축하는 일을 맡으면서 전통 양식으로 구성된 목조건축물에 관심을 갖게 된다. 한편, 동시에 발현된 고베 대지진의 영향으로 철근 콘크리트로 지어진 현대건축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도 강해지게 된다. 한편 공민관 프로젝트에서부터 시작하여 관청사무소와 공영 호텔, 도서관 등의 공공 건축물의 설계를 켄고 쿠마가 맡아서 하게 되자 마을 일대가 켄고쿠마의 마을 같은 풍경을 갖게 되었다. 이러한 점은 선배건축가인 단게 겐조가 가가와현의 청사와 체육관 등을 설계한 것과 같은 대목으로 보인다. 이후 켄고 쿠마는 '나가사키현 미술관', '나카가와정 미술관', '네즈 미술관', 등 목조건축의 양식을 표현하면서 나무의 재질을 이용한 특징을 크게 드러내는 건축물들로 인지도를 얻게 되었다. 한편, '도시마구 복합청사', '긴자 가부키자' 등의 고층건물의 파사드 디자인을 맡기도 하였다. 그의 커리어에 있어서 정점을 찍은 것은 '도쿄 국립경기장'인데, 그곳은 이집트의 건축가 '자하 하디드'의 아이디어가 원안이었지만 백지화되고 결국 켄고 쿠마가 맡게 되었다. 현대에 지어진 대규모 경기장으로는 이례적으로 외부 자재로 나무를 채택하여 적극적으로 활용하였으며 외부 통로의 경계를 따라 나무를 빽빽하게 심어 '숲의 경기장'이라는 콘셉트를 내세웠다. 이 도쿄 국립경기장으로 일본은 대표하는 건축가로 급부상하게 된 켄고 쿠마는 2010년대 중반부터 일본 내에서 목조건축물을 전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고치현이나 오카야마현에서 임업 현장에 자주 나타나고 있으며 방송출연도 잦은 편이다. 한편 2021년에는 미국 타임지의 세계 100대 인물에 선정되었다.

 

2. 켄고쿠마의 특징

서양건축의 움직임과 밀접하게 교류하고 그것들을 일본에서 실현시키며 일본의 건축계를 이끌어왔던 단게 겐조나 안도 다다오 등 이전 세대의 일본 건축가들과 다르게 켄고 쿠마는 일본의 전통 목조 건축양식을 강하게 긍정하며 세로로 된 격자, '지코쿠구미'와 같은 기법을 자신의 작품을 통해 드러내면서 그들을 향한 마음을 적극적으로 드러냈다. '지코쿠구미'란 일본의 전통적인 목조건축 기법인데 이런 기법은 다자이후 스타벅스나 서니힐즈 일본 직영점등에서 볼 수 있는데, 숙련된 장인들이 각재를 하나하나 섬세하게 교차시키며 쌓아 올리는 것이다. 통상적으로는 2차원으로 직교하는 2개의 부재를 연결할 때 사용하는 방법인데, 켄코 쿠마는 이것들을 30도의 각도를 주고 3차원의 결합으로 2개가 아닌 3개의 부재를 결합하는 것을 시도하며 지금까지 없었던 켜켜이 쌓이는 구조체를 완성할 수 있었다. 이런 응용기법은 지금까지는 평면적인 느낌의 기법이었던 것을 발전시켜 입체적인 결합을 구현함으로써 시각적인 효과를 극대화하게 되었고, 부재의 개수가 늘어나게 되면서 가로와 세로의 크기가 60밀리미터까지 가늘어진 부재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고 그가 현대건축에서 사용되는 철근 콘크리트나 유리로 이루어진 커튼월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었으며 오히려 철골조로 이루어진 틀이 잡힌 건물에 나무격자나 오브제를 입면에 덧대어 활용하는 작품들이 많다.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나가오카시청 복합시설'이나 '미나미아오야마 카페'가 있다. 어떤 측면에서 보면 21세기 방식의 제관양식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제관양식에서 드러나는 궁전이나 기와지붕 같은 형식적인 것에는 집착하지 않았다. 또한 일본의 고도성장기가 끝나게 되고 버블경제의 붕괴를 통해 쇠퇴기에 적합한, 본인의 말에 의하면 '져주는 건축'에 대한 욕구가 있지만 그의 유명세와 인지도로 인해 제안이 들어오는 건물이 초고층빌딩이나 복합시설 등 거대한 건축물에서 외관이나 파사드, 인테리어 등 일부에 참가한 경우가 많았다. 한편 1990년대에 그가 지향하는 방향이 변하기 전에는 포스트모더니즘을 따르는 듯한 작품들도 남겼는데 그 대표적인 작품이 도쿄에 지어진 세타가야구의 'M2 빌딩'이다. 그 건물은 건물의 중심에 뜬금없이 이오니아식 기둥을 내세워 그의 악취미적인 건물로 평가받기도 하였으며 한 매체에서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추한 10대 건축물에 선정되기도 하였다. 그는 그가 추구하는 지향점을 끝까지 밀고 나가며 자신만의 디테일을 살려 새로운 기법을 만들어낸 장인정신을 가진 건축가였다. 일본 하면 생각나는 섬세함, 디테일의 정교함 등이 그를 보면 잘 나타날 수 있을 것이다. 아주 작은 스케일에서의 변화와 노력들이 만들어낸 새로운 공간감과 깊이감, 이것들을 건축의 필요한 부분에서 적절히 융화시키는 노력들은 그의 아주 큰 매력이자 그가 가진 자신만의 고유한 가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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