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2월을 마지막으로 영업을 종료하며 거대 자본에 의해 사람들에게 사라질 '밀레니엄 힐튼'호텔. 서울의 남산 자락 아래에서 서울의 발전을 함께 했던 밀레니엄 힐튼호텔이 역사속으로 사라지게 되었다. 1983년부터 약 40년의 서울의 역사를 함께 했던 이 호텔과 설계를 담당했던 김종성 건축가에 대해서 알아보자.
1. 밀레니엄 힐튼의 시작
과거 대우그룹의 회장이었던 김우중 회장이 현재 '서울스퀘어'라고 불리는 건물을 매입한 뒤, 인접한 대지들을 하나씩 매입하기 시작하며 호텔을 지을 수 있는 적당한 부지를 만들었다. 초기 계획 당시에는 사우디의 회사와 합작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여 호텔의 운영은 '하얏트'에 위탁하여 운영하도록 할 계획으로 시작하였으나, 사우디의 기업과 진전이 잘 이루어지지 않자 일본의 종합 상사와 함께 다시 시작하였고, 이때 힐튼 인터내셔널에게 경영을 위탁하기로 하면서 새로운 건축가를 찾아보게 되었다. 당시 김우중회장은 이 건물을 설계할 사람이 외국에서 공부를 하고 능력이 출중한 사람이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하게 되면서 대우그룹의 임원들이 나서 수소문 끝에 시카고에 있는 김종성 건축가에게 연락이 닿았다. 당시 한국의 근대화와 발전은 세계적인 기술력에 비하면 여전히 뒤쳐진 상태였다. 김종성 건축가는 이를 알고 자신이 미스반데어 로에의 아래에서 근무할 동안 알게된 모든 협력사와 정보들을 동원하여 힐튼 호텔을 건설하는데에 아낌없이 지원하였다. 그렇게 미국에서 건너온 각종 협력사들의 지원 덕분에 현재까지도 힐튼호텔은 김종성 건축가의 일대기에 있어 가장 완성도 높은 건물이라고 여겨진다. 그도 그럴것이 당시 한국에서는 쓰여지지 않았던 기술이나 공법, 재료들을 미국에서 들여와 적용했으며, 그것들을 정해진 예산안에서 해결했기에 그 무엇보다 완성도가 높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는 건축가인 김종성의 노력 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직접 일을 하는 모든 현장 관계자, 사업의 기획자까지 모두의 합작품이기도 하다.
2. 외국에서 공부한 건축가 김종성
김종성 건축가는 김우중회장이 찾던 '외국에서 공부한 능력있는 건축가'에 적합한 인물이었다. 1900년대 중반의 한국에 힐튼호텔같은 'Timeless'한 건축물을 설계한 그는 누구일까. 1935년에 서울에서 태어난 김종성은 한국의 근현대사를 몸소 경험하던 중 한국전쟁의 발발로 인해 급하게 피난길에 오르며 아버지를 잃게 되었다. 그렇게 전쟁이 끝나고 겨우 서울로 다시 돌아왔을 때에는 이미 그가 보던 서울의 모습의 대부분이 무너져있었고, 그런 모습을 본 김종성은 대한민국의 재건을 위해서는 하루라도 빨리 도시를 재건하는 데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하여 서울대학교 건축과에 진학하게 된다. 서울대학교에서 건축공부를 하던 김종성은 졸업 전에 미국의 시카고에 있는 일리노이 공과대학으로 유학을 떠나 서양건축사에서 한 획을 그은 '미스반데어 로에'의 지도를 받으며 학사와 석사를 취득하였다. 졸업하고 학업을 마친 그는 1962년부터 약 12년간 미스 반데어로에의 아래에서 일을 하며 건축의 실무를 익히게 되었고 중간에 1966년에는 자신의 모교인 일리노이 공대에 건축대학 교수로 임용되기도 하엿다. 그렇게 해외에서 공부를 하던 김종성에게 어느날 김우중 대우그룹회장의 연락이 왔던 것이다. 한국전쟁의 피해를 입은 서울의 모습을 기억하던 김종성은 힐튼호텔을 설계해달라는 일을 계기로 하여 서울로 돌아와 본인이 건축을 시작하게된 근본적인 이유였던 폐허가 된 도시를 되살리는 일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힐튼 호텔 이후에도 그는 계속에서 육군사관학교 도서관, sk 사옥, 경주 선재미술관, 아트 선재센터 등을 설계하며 한국에 머물러 많은 작품을 남기게 되었다.
3. 사라지는 밀레니엄 힐튼
1983년에 운영을 시작한 힐튼 호텔은 1999년 한국의 외환위기를 맞이하며 싱가포르의 기업이 인수하게 된다. 그렇게 외환위기 이후 약 20년을 운영하던 중 2020년 코로나사태가 발발하게 되고, 계속해서 심화되면서 힐튼 호텔의 운영이 어려워지고있었다. 2021년 매각에 대한 소문이 들리기 시작하더니 결국 '이지스자산운용'그룹에서 1조 1천억원이라는 거금을 들여 매입하고 힐튼호텔을 철거한 뒤, 대규모의 호텔과 오피스시설등이 합쳐진 복합시설을 짓는다고 발표했다. 자본주의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사실 문제되지 않는 일이다. 돈을 주고 산 사람이 내맘대로 허물고 새로 짓겠다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아쉬워하고 마음아파하는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힐튼호텔은 서울사람들에게나 건축전공을 한 사람들에게나 단순한 호텔이 아니다. 서울의 현대사를 함께하며 시민들의 가까이에서 기억되온 공간이며, 일부 시민들에게는 가족과 지인과 휴식을 즐기던 장소이기도 하다. 건축적인 의미에서는 김종성 건축가의 역사적인 작품 중 하나이며 서울의 건축계에 큰 영향을 끼쳐 건축계가 발전하는데에 이바지한 공간이다. 약 40년이라는 시간동안 남산의 아래를 지키며 서울의 이미지중 하나로 자리잡아온 만큼 시민들에게는 옅지만 오래된 향으로 기억속에 남아있는 공간이기에 우리는 힐튼 호텔을 쉽게 보낼 수 없었다. 이번에 힐튼호텔이 운영을 마무리하고 철거의 수순을 밟게 되면서 건축계에 종사하는 작은 한명으로써 다음에 또 이런 건축적 자산이 될 건물이 존폐위기에 닥치면 좀 더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었다. 작은 목소리라도 하나 둘 움직여 우리의 것을 외압으로부터 지켜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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