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많이 따듯해지고 황사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아마 건축학과 학생들은 중간마감을 향해 달리고 있지 않을까 싶은데, 마감이 끝난 뒤에 여행 가고 싶을 것이다. 그럴 때 제주도를 간다면 건축학과 친구들을 위한 건축답사지를 추천한다.
건축답사라고 검색하면 나오는 뻔한 곳은 제외하려고 노력했고, 내가 직접 가본곳들로 추천하려고 노력해 보았다.
정말 순수하게 내가 가보니 좋았었기에 추천하는 곳들이다.
제주도 김창열 미술관
위치 제주 제주시 한림읍 용금로 883-5
입장료 2000원
김창열 화백은 들어본 사람도 있을 것이고 모르는 사람도 있을 텐데, 아마 작품을 보면 다들 어디서 한 번쯤 봤을 것이다. 물방울을 소재로 그림을 그리는 분인데 그분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는 미술관이다. 미술작품을 감상하기에도 너무 좋은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어 추천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인데, 공간마저 너무 좋다. 서울에서도 사람들이 많이 가보는 미술관을 몇 번씩 다녀보지만 제주에서 경험할 수 있는 미술관의 느낌은 전혀 다른 것 같았다.
분절된 여러 개의 매스와 그 매스를 통과하는 전이 공간들이 실내에서도 느껴져 전시를 관람하는 동선을 통해 느낄 수 있었고 충분히 높은 천정고의 전시장이 텅 빈 채로 작품이 전시되어 있으며 비어있는 한쪽의 벽을 따라 시선을 올려다보면 틈새에 하늘을 향해 뚫려있는 천창을 볼 수 있었고 그 천창을 통해서 빛이 떨어지고 있었다.
가끔 조금 큰 전시관의 실내를 걷다 보면 명확히 동선이 정해지지 않은 전시장에서 길을 잃고 공간에서 나의 위치를 잃어버리는 경우가 발생한다. 내가 길치여서 그럴 수도 있지만 완벽한 한 방향의 전시가 아니라면, 누구나 어디로 가야 하는지 헷갈리는 경우가 생기는데 이곳은 그렇지 않다. 마치 뉴욕의 구겐하임처럼 전시관 하나하나씩 관람하다 보면 어느새 한 바퀴를 따라 돌아있는 나를 볼 수 있다. 아마도 자연스럽게 전이공간과 전시공간의 경계를 잘 설정해서 이용자가 느껴지게 한 것이 이유가 되지 않았을까 싶고, 하늘을 향해 열린 중정을 중심으로 회전하는 동선이기에 이동하는 내내 여기저기서 드리우는 그림자와 빛이 나를 이끌어주는 것 같았다.
건축에 대해서 풍부한 지식이 있지 않더라도 이 공간은 누구에게나 멋지게 다가갈 수 있는 좋은 공간이었다고 생각하기에 대학생들에게도 추천한다. 나도 건축적 설명이 복잡한 공간을 보러 가면 실제로 느껴지지도 않고 뜬구름 잡는 소리 같아서 와닿지 않는다.
부영호텔
위치 제주 서귀포시 중문관광로 222
제주도를 우리가 좋아하는 이유는 접근성이 좋은 국내 여행지임에도 상당한 이국적인 모습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국적인 것, 우리가 보던 것과 다른 색다른 것을 찾아 나서는 것이 우리들이 기본적인 심리인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부영호텔리조트를 추천한다. 이곳은 최근에지 어진 신축호텔이 아니어서 다수가 생각하는 고급진 분위기를 가진 호캉스는 아닐 수도 있다.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사실 나도 가보지 않고 단지 내에서 구경만 하고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천하는 이유는 강력한 색감과 형태의 시도 때문이다.
대충 쓱 보기만 해도 알 수 있을 텐데, 일반적으로 우리가 보던 리조트와 매우 다르다. 특히 제주도에 지어진 다수의 리조트들을 보면 따닥따닥 객실을 줄지어놓고 지붕만 좀 유럽풍을 따라 하며 건축적인 기믹을 보여주고 있다. 전혀 제주도와 맞지도 않고 우리나라와 어울리지도 않는다. 맥락 없는 기믹이다. 하지만 이곳은 다르다. 형태부터가 상당히 단순하면서도 다채로워 보이며 무슨 유치원도 아니고 초등학교도 아닌 것이 채도가 높은 색상이 많이 사용되고 있는데 그것들이 조화를 잘 이루고 있다.
이곳을 보고 학교로 돌아간다면 색상을 사용하는 데에 있어서 참고할 수 있으면 좋겠다. 마치 루이스바라간의 작품을 참고하듯, 학생 때 좀 더 다양한 시도들을 해보는 것이 사회에 나와서도 도움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학교 다닐 때 건축학과에서 재질에 대한 고민을 많이하지는 않는다. 좀 더 거시적인 관점에서 도시, 대지의 맥락을 많이 이야기하지만, 사실 현실에서는 결국 재질까지 고려가 되어야하는것이 당연하기에 학교다닐때 그런 고민들을 조금씩 하면서 미리 시야를 넓히는 것이 어떨까 싶다.
이렇게 두 군데 추천하고자 한다. 사실 이미 알고 있을 수도 있고 별로 관심이 없을 수도 있다. 그냥 사회 나와보니 남들 다 얘기하는 본태박물관, 지니어스로사이, 방주교회 이런 거 보다도 내가 개인적으로 와닿았던 공간들을 소개하고 싶었다. 다들 인스타만을 위한 건축답사가 아니라 자신이 느낄 수 있는 건축답사를 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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