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영화속 모습이 대한민국의 실체일지도 모르는...영화인지 현실인지 구별할수 없는 영화.
콘크리트가 우리에게 가져다준 유토피아는 과연 정말 유토피아일까?
거대한 콘크리트 덩어리가 만드는 시스템일까, 시스템속의 콘크리트는 덩어리일뿐일까?
개요
영화의 시작부터 도시는 지진으로 인해 파괴된다. 정말 말도안된다 싶을 정도로. 마치 영화 [인셉션]에 등장하는 도시가 뒤집히는 모습처럼 서울 도심한복판이 뒤집힌다. 모든 아파트들이 평등하게 콘크리트 덩어리로써 무너져 내린 그곳에 홀로 반듯하게 서있는 황궁아파트 한 동이 보인다. 영화는 그 안에서의 인물들로부터 시작된다.
콘크리트 유토피아 영화속 인물의 모습
영화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생각보다 평면적이었다. 메인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이병헌은 마치 조연처럼 등장해서 주연으로 변모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배우들과 비중의 차이가 느껴지지 않았고, 다른 배우들도 일반 조연들과 비교했을 때 많이 무게감있게 다뤄지지 않았다. 이는 배우들이 연기를 못했다는 뜻이 아니고 누구하나 독단적으로 입체적이지 않고 모두가 그저 그렇게 보여지는게 연출의 포인트 같았다. 마치 이 모든 사람들은 실제 우리주변의 그 누군가가 될 수도 있고, 어쩌면 나의 모습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연출이었다. 그런점에 있어서 이병헌이라는 대배우와 박서준, 박보영과같이 각자의 이미지를 굳건히 갖고있는 배우들조차 평면적으로 보여지는 모습들이 나에게 와닿았던 것 같다.
조연들의 활약도 한몫했다. 조연들은 신스틸러로써의 모습보다는 정말 옆집에서 금방이라도 나올것같은 모습들을 보여주었고 그런 각양각색의 모습들이 모여져 하나의 아파트 커뮤니티를 잘 보여주고 있었다. 이 영화가 정말 영화같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느껴졌던 이유가 인물들의 묘사에 있다고 생각한다.
콘크리트는 정말 유토피아일까?
영화를 보면서 내내 콘크리트가 과연 유토피아일까 생각해보았다. 사실 콘크리트구조의 아파트가 생겨난건 1970년대 급격한 산업화와 서울의 인구밀도 증가로 인해 어떻게든 넘쳐나는 시민들의 주거공간을 마련해야하는 상황이 생겼다. 그런 상황 속에서 시민아파트를 빠르게 많이 공급하여 주거난을 빨리 해결하는 것에서 최초의 대한민국식 아파트가 생겨난 것이다. 애초에 목적이 고급진 살기좋은 공간이 아니었고 기존의 우리의 삶의 방식과는 다른 공간이었다. 초기의 아파트는 화장실과 주방, 세탁실 등을 공용으로 사용하기도 했으며 윗층의 화장실 아래에 내가 살고있다는 정서도 우리나라 국민들의 정서에는 맞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새 아파트의 형태와 문화도 점점 발전하기 시작하고 이제는 안정적으로 산업화가 이뤄진 서울에서는 편리한 생활이 중요하게 되었다. 마침 관리의 측면에서 가장 편리한 아파트는 당시 최고의 주거환경이 되었고, 자본은 당연히 아파트로 몰리게 되었다. 그때부터 아파트는 시민들에게 고급주거의 양식으로 여겨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아파트는 당연한 주거형태로 자리잡았고, 정말 부를 가진 사람들은 초고층 아파트와 별도로 교외의 한적한 곳에 단독주택을 짓고 산다. 오히려 진정한 부의 가치는 과거의 주거형태로 돌아간 것이다. 이제 과연 콘크리트 덩어리 아파트가 정말로 유토피아라고 할 수 있을까? 가끔 뉴스를 보면 아파트 주민들의 의견대립으로 벌어지는 사건사고나 아파트 외부인과 내부주민간의 대립으로인한 문제, 등 다양한 사회적 문제가 아파트로부터 대두되고있다. 결국 아파트는 우리가 만들어둔 시스템의 한 형태일뿐 절대적인 유토피아가 될 수 없어보인다. 결국 사람이 만든 시스템이 중요하지 않을까?
영화의 메시지(약스포)
영화의 마무리에서 스스로 질문에 대해 약간의 답을 찾은 것 같았다. 90도 옆으로 누워진 아파트에서 사람들은 그 공간에 맞춰 서로 협력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곳에서는 서로의 갈등도 없어보인다. 내가 받아들이기에 이 연출에서는 아마 똑바로 정립해있지 않은 아파트(콘크리트)임에도 사람들은 희망을 갖고 자기들만의 시스템으로 행복하게 살고있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결국 유토피아는 콘크리트로 만든 아파트가 아니라 사람들로 인해서 만들어진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이를 통해 현실에서도 우리가 더이상 아파트만이 절대적인 가치를 가진 유토피아라고 생각하지 말고 우리끼리 모여 사는 이 도시의 시스템을 잘 만들어가자는 말을 하고싶은 것 처럼 보였다. 어쩌면 아파트에서의 삶에 우리는 이미 많이 피로해진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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